[강원= KTN 박영구 기자] 우상호 강원도지사 후보가 삼척에서 이틀을 머물렀다. 강원 동남부의 작은 항구 도시가 도지사 선거의 한복판으로 끌려 나온 셈이다. 22일(금) 저녁 하나로마트 앞 광장을 가득 메운 인파는 통상의 지방선거 유세장과는 결이 달랐다.
인근 상권의 보행로까지 사람의 등으로 메워졌고, 일찌감치 자리를 잡지 못한 시민들은 도로 건너편에서 까치발을 들었다. 캠프 관계자들조차 "대선 막판에나 보던 풍경"이라고 입을 모았을 만큼, 그날 삼척의 밤은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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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척의 우상호 후보 열기는 뜨거웠다 © 박영구 정치·사회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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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유세에는 정청래 당대표가 직접 마이크를 잡았다. 김도균 강원도당 위원장과 송기헌(원주을)·서미화·백승아 의원 등 지도부와 현역 의원들이 도열하듯 무대 위에 함께 올랐다. 정 대표가 "우상호!"를 외치자 시민들은 "엄청 좋아요!"라고 받아쳤다. 단순한 구호의 주고받음을 넘어, 한동안 변화의 신호를 기다려온 강원 민심이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를 가늠케 하는 장면이었다.
우 후보는 마이크를 넘겨받자 자세를 낮췄다. "처음 정치를 시작할 때부터 강원도의 먹고사는 문제 앞에서 늘 마음이 무거웠다"는 그의 말은 구호가 아니라 회고에 가까웠다. 그는 "청년들이 더 이상 고향을 떠나지 않아도 되는 강원도, 그것 하나만큼은 반드시 만들어내겠다"고 약속했다.
하룻밤이 지난 23일 아침, 우 후보의 발길은 곧장 삼척 번개시장으로 향했다. 이정훈 삼척시장 후보가 그의 곁을 지켰다. 상인들의 좌판 사이를 비집고 들어선 두 후보의 동선은 시장 안쪽 깊은 골목까지 이어졌다. 갈치 좌판 앞에서 멈춰 선 우 후보의 표정이 굳어진 것은, 시장을 두른 도로의 동선이 한눈에 들어왔을 때였다. "주차 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데다, 유턴 차량 동선까지 막혀 손님이 들어왔다가 그대로 돌아 나가는 구조"라는 진단이 곧바로 나왔다.
그는 "이런 현안이 국무회의에 올라간다면 대통령에게 크게 혼날 일"이라며 행정의 무관심을 정면으로 겨눴다. 전통시장의 쇠락은 결국 손님이 닿을 수 없는 구조에서 비롯된다는 것이 그의 시각이었다. 우 후보는 "주차장 같은 기본 인프라를 정비하는 것이야말로 행정의 본분"이라며 "도지사가 되면 이정훈 후보와 함께 시민과 상인이 곧바로 체감할 수 있는 환경 개선부터 손대겠다"고 못 박았다.
이날 우 후보의 발언에서 가장 무게가 실린 대목은 '핫라인'이라는 한 단어였다. 그는 이정훈 후보를 가리켜 "이재명 대통령이 가장 어려운 시기에, 지역위원장 가운데 가장 먼저 공개 지지를 선언한 의리의 정치인"이라고 소개했다. 중앙대 동문이라는 학연의 끈도 굳이 감추지 않았다.
단순한 인물 띄우기를 넘어, 도지사·시장·대통령으로 이어지는 한 줄의 의사결정 라인을 유권자의 머릿속에 그려 보이려는 전략적 메시지였다. 우 후보는 "삼척의 현안을 대통령과 정부에 곧장 전달할 수 있는 시장, 그리고 그것을 도(道) 차원에서 받쳐줄 도지사가 한 묶음으로 움직여야 지역 발전의 속도가 비로소 달라진다"며 "우상호와 이정훈이 손을 잡고 삼척의 판을 바꾸겠다"고 했다.
번개시장을 빠져나온 두 후보의 일정은 근덕게이트볼장으로 이어졌다. 주말 오전의 햇살 아래 운동복 차림으로 모인 어르신들과 일일이 손을 맞잡은 우 후보는, 인사를 마친 뒤에야 짧게 숨을 골랐다. 대선급 인파가 운집한 광장의 함성에서 시장 골목의 비좁은 좌판으로, 그리고 다시 노년의 게이트볼장으로 이어진 이틀간의 동선은 그 자체로 하나의 정치적 메시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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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척 유세 현장 © 박영구 정치·사회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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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구호 대신 생활의 결을 따라 걷겠다는 것, 그리고 그 걸음의 끝에 '변화'라는 두 글자를 남기겠다는 것. 삼척에서 확인된 민심의 온도가 6월 강원 전역으로 어떻게 번져 나갈지, 이번 선거의 한 분수령이 이미 동해안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강원종합뉴스 박영구 정치ㆍ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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