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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김우환 칼럼 제53탄 '돈(돼지)족탕'의 추억

김우환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1/06/07 [18:10]

[칼럼] 김우환 칼럼 제53탄 '돈(돼지)족탕'의 추억

김우환 논설위원 | 입력 : 2021/06/07 [18:10]

여름 초입의 6월초 시골의 풍경은 정겹다.

 

모내기를 하고 난 논에는 마치 진시왕의 병마총처럼 모가 똑같은 키에 잘 정열되어 있고, 벼의 무릎정도 찬 물에는 올챙이 새끼들이 무리지어 자유분방하게 노닐고, 길가마다 집집마다 예쁜 늦깍이 꽃들이 저마다 아름다움을 뽐낸다.

 

 

밭에는 마늘이 성숙해져 있고, 지난 달에 심은 땅콩들이 예쁜 송이송이를 이루고 성숙한 녀석들은 벌써 꽃을 피워 너무 귀엽고 앙증스럽게 잘 자라고 있다.

 

이렇게 자라는 모습을 볼 때가 행복하고 힘들어도 농사를 짓는 보람이 있다.

 

오늘은 고구마를 심는데 여름 날씨라 땀방울이 송이송이 맺히고 작업이 쉽지가 않다.

 

소위 구름기둥이 곧 불기둥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심을 곳의 흙을 다듬어 고구마의 줄기심기, 물주기, 다지기 등의 작업을 거쳐야 비로소 심기가 완료되는데 몇 단계를 거치면 땀이 뒤범벅이다.

 

오늘은 이 곳 이장님 부부와 같이 중식을 같이 하기로 해서 '어죽으로 할까요' 라고 물었더니, 이장님은 '아녀'라고 답한다.

 

그럼 '돈(돼지) 족탕'이 어떻겠느냐고 물으니, 바로 오케이 한다.

 

'우(소) 족탕'은 가끔 먹는데 '돈(돼지) 족탕'은 생소하다.

 

장모님께서 생전에 주 1회 정도는 장인께 작은 돼지 족발 두 개 정도 냄비에 넣고 양념해서 족탕을 끓여 상 차려 드리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예전에 홍성 읍내에서 한번 먹어본 적이 있는 쫄깃쫄깃한 족탕전문집을 탐문 끝에 찾았다.

 

푹 고운 육수에 말랑말랑한 하얀 족발은 냄새도 별로 없고 부드럽고 구수하고 쫄깃쫄깃하여 먹기 좋고 피부에 조차 좋아지는 것 같아 생각만 해도 먹음직한 보양탕이다.

 

 

엽산이 많아 여성 임신부, 노인들의 골다공증 및 관절에도 좋다고 하니 단순히 한 끼 식사만이 아닌 영양식이다.

 

죽기 전에 먹어야할 세계 음식 1001가지에도 돼지족발이 나오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옛부터 일반인들의 훌륭한 인기 간식거리다.

 

20년전에 독일 출장 갔을 때, 독일에서도 압력솥에 돼지 족발을 쪄서 먹는 것을 봤는데 족탕이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놀랐다.

 

족탕 웅호론자들은 이외에도 노화방지에 좋은 풍부한 젤라틴, 눈 건강에 좋은 비타민A, 간에도 좋고 중금속 및 미세먼지 배출에도 효과가 있다는 메오타닌 성분, 활성산소를 제거해 주고 항산화작용을 하는 베타카로틴 성분, 또한 칼륨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체내 나트륨을 체외로 배출시켜 주어 혈액순환을 도와 고혈압 예방에도 도움된다고 한다.

 

물론 만병통치 식품은 아니며 의학적으로 몸에 필요한 요소는 별개이겠지만 족탕의 긍정적인 효능은 많은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장인께서 생전에 연세가 드셨는데도 허리가 다른 분에 비해 비교적 꼿꼿했고 농사일도 잘 하셨는데 돼지족탕에 비결이 있었던 건 아닌지 생각해 본다.

 

우리가 먹은 곳은 홍성읍 시장입구 족탕전문식당인 “무한식당”이다.  

다른 도시에서는 족탕 파는 집을 본 적이 없다.

 

한 그릇에 7천원,  30년 이상 팔아 온 전문집이라 가성비가 좋다.

 

축산의 도시 홍성에 들리면 한번 정도 먹어보는 것도 괜찮을 거란 생각을 해 본다.

 

 

일은 뱃심으로 하는 것이라는 말이 맞다.

 

농촌이 일은 하루 8시간, 주52시간 근로제가 아니다.

 

고용노동부장관도 관여 못하는 해 뜰 때부터 해 질 때까지이니 주인은 여름 근로시간이 좋고 머슴은 겨울 근로시간이 좋을 것이다.

 

돌아오는 길에 도로가에서 파는 토마토를 샀는데 노지 자연산이라 너무 맛 있다.

 

일하고 먹고, 먹고 일하고,...

 

도시인이 농사를 하는 또 다른 즐거움이 아니겠는가.

 

 

강원종합뉴스 총괄취재국 김우환 논설위원

www.kwtotal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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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루오션 2021/06/08 [08:00] 수정 | 삭제
  • 홍성가면 꼭 한번 먹어봐야겠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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