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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김우환 논설위원 28탄 "중대재해법, 중소기업의 무덤이 되지 않길"

중대재해법이 특히 영세한 중소기업의 무덤이 되지 않고, 본래의 취지대로 산업 현장에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역할 감당하여 근로자 중대 사고가 근절될 수 있는 기둥이 되기를

김우환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1/01/21 [10:35]

[칼럼] 김우환 논설위원 28탄 "중대재해법, 중소기업의 무덤이 되지 않길"

중대재해법이 특히 영세한 중소기업의 무덤이 되지 않고, 본래의 취지대로 산업 현장에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역할 감당하여 근로자 중대 사고가 근절될 수 있는 기둥이 되기를

김우환 논설위원 | 입력 : 2021/01/21 [10:35]

▶ 중소기업 현장의 목소리는 ‘곡소리’ 

 

지난 8일 국회 본회의에서 ‘중대재해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이하, 중대재해법)이 통과 된 후, 일부 중소기업 사장들은 회사를 못해 먹겠다고 난리다. 

 

또한, 11일 대법원 제107차 양형위원회(위원장 김영란) 전체회의에서 산업안전보건법 형량을 대폭 강화한 “과실치사상. 산업안전보건범죄 양형기준 수정안”을 의결했다는 소리를 듣고서는 회사를 접어야겠다고 한다. 

 

이러한 충격적인 소식에, 한 중소기업 사장은 “지금도 나름대로 산업안전에 대해 최선을 다 하고 있고 사고야 말로 어쩌면 우연일 경우가 많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의 큰 사고로 돌이킬 수 없는 대가를 치려야 한다면 굳이 사업할 이유가 있겠는가” 라고 푸념한다.

 


중소기업은 최근에 단축된 노동시간, 많이 오른 최저임금, 강화된 노동자 권익, 원청업체의 하청에 대한 납품단가 압박, 안전사고에 대한 기업주의 형사처벌 강화 등으로 이미 기업경영에 대한 사기는 꺽일 대로 꺽인 상태이다. 

 

한 사업주는 아들에게 경영을 승계시키려 회사에 데려와서 근무하고 있지만 험난한 경영환경 속에서 과연 회사를 영위할 수 있을지, 물려주는 것이 옳은지, 폐업하는 것이 옳은지 판단이 서질 않는다고 한다.

 

▶ 중대재해법의 탄생 배경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8일 중대재해법이 통과된 날, 청주시 소재 한 폐기물처리 사업장에서 근로자 1명이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9일에는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유연탄 저장 업체에서 기계 정비원이 석탄 운송 설비에 몸이 끼이는 사고로 사망했고, 10일 낮 12시 43분께 광주 광산구 지죽동 한 폐플라스틱 재생 업체에서 근로자 1명이 기계에 몸이 빨려 사망했다.

 

13일에는 경기도 파주시 LG디스플레이 공장에서 암모늄계 유해화학물질이 새어나와 협력사 직원 등 7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다행히 중대재해법은 공포 후 1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하므로 이 법에 저촉이 되지는 않겠지만 산업현장에서는 지속적으로 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실정이다.

  

산업안전보건법의 수정양형기준이 3월까지 의견 수렴을 거쳐 4월부터 시행된다면 중대재해법 시행 전 과도기이지만 현재의 중대사고에 대한 분위기로 봐서는 과거보다는 처벌 수위가 높을 것 같다. 

 

중대재해법은 현대중공업 아르곤 가스 질식 사망사고, 태안화력발전소 압사사고, 물류창고 건설현장 화재사고와 같은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사고’와 함께 가습기 살균제 사건 및 4·16 세월호 사건과 같은 ‘시민재해로 인한 사망사고’ 발생 등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면서 정의당 강은미 의원의 발의로 시작되었다.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의 경우,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및 법인 등을 처벌함으로써 근로자를 포함한 종사자와 일반 시민의 안전권을 확보하고, 기업의 조직문화 또는 안전관리 시스템 미비로 인해 일어나는 중대재해사고를 사전에 방지하려는 것이라는 것이 입법기관의 제안 사유다.  

 

한편, ‘과실치사상·산업안전보건범죄 양형기준안’ 제정 배경에 대해서는 지난 해 이재갑 고용노동부장관의 직접적 요청으로 대법원에서 준비해 왔으며, 이번 기준에서는 최고 형량을 늘렸고 처벌을 강화해 달라는 사회적 요구를 반영하여 의결안을 제시했다고 대법원 관계자는 말하고 있다. 

 

그러나 2018년 12월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협력업체의 비정규직 신분으로 설비점검에 나섰던 김용균 씨(당시 24세)가 끔찍하게 숨지는 비극이 직접적인 촉발을 초래했다고 할 수 있다.  

 

▶ 최고 10년 6개월 중형 선고 가능 

 

“중대산업재해”란 「산업안전보건법」 제2조 제1호에 따른 산업재해로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했을 때,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등은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 경우 징역과 벌금을 병과할 수 있고, 상당한 주의 감독을 하지 않았을 경우 법인 또는 기관에는 50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또한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시에는 상당한 주의 감독을 하지 않았을 경우 법인 또는 기관에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고,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급성중독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했을 때에는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5년 이내에 다시 죄를 저지른 자는 각 항에서 정한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할 수 있으니, 최고 10년 6개월 형이 가능하도록 했다. 

 

특히 부칙에는 사고 당사자에게는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5배 이내에 배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번에 산업안전법의 양형기준은 안전.보건조치 의무의반 치사의 경우에는 최고 7년 선고가 가능하며, 5년이내 재범인 경우에는 ‘최대 10년 6개월까지 선고’가 가능하다. 

 

중대재해법은 아직 시행시기가 남았으므로 양형기준을 정하지 않았고, 이번 산안법 양형기준안은 종전보다 대폭 상향하여 중대재해법 시행까지 중대재해의 처벌 공백을 메우려는 성격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 기업에 미치는 영향

  

2015년 1월부터 시행되는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은 유해화학물질의 취급기준을 강화하는 법안이다.

  

이 법 시행으로 관련 중소기업은 3천여만원 내외의 비용을 들어 외부 컨설팅을 받아야 되고, 의무적으로 배상보험을 들어야 하고, 자격을 보유한 전담 직원을 두어야 하는 등 간접비가 많이 지출되고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중대재해법도 기업 입장에서는 징역형과 과도한 벌금에 대한 공포와 모호한 예방적 조치를 해야 하는 간접비 부담을 또 안게 되는 것이다. 

 

지금도 산재사망 사고시 산재보험금 외에도 유족과 합의를 위해 2~3억의 비용이 든다.

 

갑작스런 사고는 어쩌면 피할 수 없는 것이고, 징벌적 조치만 강화되고 있다는 안타까움이 있다.

 

중대재해의 경우에 징역형과 과도한 벌금 그리고 징벌적 손해배상이 적용되면 중소기업은 견디기 어려울 것이다. 

 

특히 의무위반에 대한 범위가 모호하고 치사사고에 대한 형량이 지나치게 강화되었다.

 

4인 이하 개인사업자에 대해서는 지금 시행되고 있는 산업안전보건법으로 중대재해법이 아니더라도 처벌이 가능하다고 한다. 

 

지나친 처벌로 경영계가 불만이고, 노동계도 5인 미만 사업장이 전체의 80%를 차지하는데 제외되어 양쪽이 다 불만이다. 여러 가지를 고려하여 통과하다가 보니 결국 누더기 법이 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대재해법은 제3조(적용범위)에서 “상시 근로자가 5명 미만인 사업 또는 사업장의 사업주(개인사업주에 한정한다. 이하 같다) 또는 경영책임자등에게는 이 장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법 적용에서 제외되는 5명 미만인 사업장의 사업주를 개인사업주로 한정한다고 하는데 법인사업자도 당연히 제외되는 것인지가 모호한 표현이다. 

 

아무튼 기업으로서는 사후징벌적인 이 법으로 또 다른 큰 부담을 안게 되었다. 

 

▶ 산업 현장에 안전이 보장되려면 

 

중대재해법 부칙 1조 2항에는 제16조(정부의 사업주 등에 대한 지원 및 보고)에 대한 규정은 유예없이 공포 즉시 시행토록하고 있다. 

 

법 시행으로 혼란을 막기 위해 정부에서 지원하고 기업은 사전에 준비하라고 하는데 중소기업의 경우 얼마나 효과적으로 준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근로자의 안전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고 지켜져야만 한다.

 

하지만 사고 시에 부과된다는 징벌이 약간의 경각심은 주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할 것이다. 

 

안전은 국가의 감독, 사업주의 예방적 노력, 근로자의 주의 등이 어우려져야 지켜질 수 있는 총체적인 시스템이다.

 

최근에 여당에서는 중대재해법 제정에 따른 소상공인을 달래기 위해 인프라 구축에 업체당 600만원, 중소기업벤처부의 안전보건 컨설팅을 받을 경우 자부담 70% 면제 및 경영지원 바우처 200만원 지원의 당근책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당근책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산업안전문제는 범국가적으로 적극적인 예방적 대처를 해나가야 할 문제다.

 

최근 국회는 부동산 3법, 중대재해법 등 강력한 응징적 법안들을 쏟아내고 있다.

 

모든 일에는 상대가 있는 법이다.

 

부동산은 매도자와 매수자, 임대인과 임차인이 있고, 산업재해 관련 법은 경영자와 근로자가 있다.

 

상대는 서로에게 필요하기에 지나치게 일방을 위한 법은 또 다른 부작용을 낳는 법이다. 

 

중대재해법이 특히 영세한 중소기업의 무덤이 되지 않고, 본래의 취지대로 산업 현장에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역할 감당하여 근로자 중대 사고가 근절될 수 있는 기둥이 되기를 바란다.(강원종합뉴스 김우환 논설위원의 글)

 

 

강원종합뉴스  김우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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