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환경리포트= 염노섭 기자]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도롱뇽과에 속한 도롱뇽(Hynobius leechii)은 해발 300m 이하의 비교적 낮은 산골짜기나 논도랑, 웅덩이에 알을 낳아 번식한다.
▲ 일반도롱뇽이 도랑에 산란한 알주머니 (사진= 염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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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농사를 짓는 분들이나 일반 사람의 눈에 잘 띄는 반면, 한국꼬리치레도롱뇽은 해발 300m ~ 1000m인 깊은 산간 계곡에 서식하므로 쉽게 발견되지 않는다.
특히, 계곡 물 속에서 살고 있는 유생(어린 한국꼬리치레도롱뇽)은 작은 돌 밑에서도 발견되나, 성체(어른 한국꼬리치레도롱뇽)의 경우 커다란 바위 밑이나 동굴 속에 머물다가 밤에 먹이를 찾아 활동하는 야행성이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지 않는다.
일반 도롱뇽은 봄(3월 말~4월)에 알을 낳는다.
큰산개구리나 산개구리가 알을 낳는 시기와 비슷한데 이 즈음 주변에서는 생강나무가 노란꽃을 피우고 진달래는 꽃봉오리를 맺으며, 바위나리는 꽃을 피우려고 준비중이다.
▲ 봄에 피는 생강나무꽃 (사진= 염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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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롱뇽 산란할 시기의 바위나리 (사진= 염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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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기에 낳은 도롱뇽의 알은 1개월 정도면 부화하고, 3개월이 지난 6월 장마철이 되면 성체가 되어 육지로 올라와 육상 생활을 시작한다.
▲ 일반도롱뇽의 육상생활 시작 (사진= 염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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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한국꼬리치레도롱뇽은 이 시기인 6월 장마철에 어두운 동굴 속에서 집단으로 모여 산란이 시작되는 것이다.
▲ 한국꼬리치레도롱뇽의 산란 시작 [사진= 염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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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이러한 한국꼬리치레도롱뇽의 산란 시기를 몰라 3, 4월에 환선굴 및 여러 서식지를 다니며 알주머니를 찾아 헤맸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꼬리치레도롱뇽을 서식지별로 구분하면, 러시아 일대에서 동아시아에 주로 서식하는 꼬리치레도롱뇽(Onychodactylus fisheri),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한국꼬리치레도롱뇽(Onychodactylus kore anus), 우리나라 경상도 양산 주변에 서식하며 2022년 신종으로 발표된 양산꼬리치레도롱뇽(Onychodactylus sillanus), 그리고 일본에 서식하는 일본꼬리치레도롱뇽(Onychodactylus japonicus)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종들은 땅 속 깊은 곳에서 용천수가 솟아 흐르는 산간 계류로 숲이 잘 우거진 초1급수에서 살아가는 공통적인 생태적 습성이 있다.
그렇다면 ‘한국꼬리치레도롱뇽은 왜 빛이 비추지 않는 동굴 속에 알을 낳게 되었을까?’하는 의문이 생긴다.
수온이 10~12℃로 낮아 발생도 더디게 이루어지는 어둠 속에서 집단 산란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는 이것을 밝히기 위해 춘천시 동내면에 위치한 농장에 깊이 4미터, 반경 1미터 정도의 인공 바위 동굴을 조성하였다.
▲ 춘천시 동내면 농장에 인공동굴 조성 (사진= 염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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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안쪽에 지하 67미터 암반수를 호스관으로 끌어다가 샘이 솟는 것처럼 하여 동굴 속으로 연결하였다.
이렇게 인공적으로 설치된 동굴 속 수온은 13℃정도이고 비교적 어두운 편이다.
그 안쪽 에 한국꼬리치레도롱뇽 알주머니 2개체를 설치하고 동굴 안쪽 천정에 설치한 CC카메라로 동굴 밖 농막에서 모니터로 관찰할 수 있도록 하였다.
▲ 인공동굴 속 알주머니 2개체 (사진= 염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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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중순에 설치한 알주머니는 한 달도 되기 전에 알주머니에 녹조가 발생하기 시작했고, 두 달이 되기 전에 부패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부패한 알주머니 1개체를 가져다가 살펴보니 알은 죽어서 썩고 있었고, 이름을 알지 못하는 가는 애벌레가 보이기도 했다.
▲ 부패하여 썩어가는 알주머니 (사진= 염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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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이 인공 동굴은 해질 무렵이 되면 햇빛이 동굴 속으로 일부 비추는 것이었다.
그런 햇빛으로 인해 녹조가 알주머니에 발생하게 되고, 그로 인해 벌레까지 생기는 등 알주머니가 부패하는 원인을 찾게 되었다.
이를 통해 한국꼬리치레도롱뇽처럼 알의 발생 기간이 5개월 이상이나 되는 경우 빛이 비추지 않는 동굴 속에 알을 낳는 것이 녹조의 침범으로부터 안전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환선굴의 경우처럼 동굴 속 물의 유속이 빠른 곳에 알주머니를 붙임으로 인해 산소 공급이 원활하며 알주머니를 계속 흔들리게 하므로써 파동을 통해 알주머니가 건강하게 발생할 수 있다는 최적의 조건임을 알수 있었다.(출처: 염노섭, 한국꼬리치레도롱뇽의 동굴 속 산란 원인 규명과 교육자료 제작 활용 연구, 과학전람회보고서, 2019)
이처럼 한국꼬리치레도롱뇽은 생명의 지속가능을 위해 빛이 비추지 않는 어두운 동굴 속에서 알을 낳는 것이 자연의 이치였다.
다음 이야기 제4화는 '한국꼬리치레도롱뇽의 알은 어떻게 부화하고 성장할까?'가 이어진다.
강원종합뉴스 춘천지사 염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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