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김우환 논설위원 146회, '치매 재앙'젊어서 열심히 살아온 노년의 치매 환자가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권리를 국가가 끝까지 잘 보장해 주어야 한다.아침 식사 도중에 갑자기 창가를 보시더니, “어머,북두칠성 봐라”고 하신다.
어머니 시선을 따라 창밖을 보니, 식탁 조명이 반사되어 베란다 유리창에 북두칠성 모양의 빛이 비쳐졌다.
나도 맞장구쳤다. “정말 북두칠성이 떳네요”,... “어머니 북극성은 어디 있어요?” 하고 물으니 머뭇거리신다. 아마 북극성이란 단어는 기억나지 않는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면, 세수하고, 양치(털니)하고, 머리 감고, 식전 약(2알)을 드신다.
6시40분에 아침 식사하면 7시에 마무리 되고, 식후에도 약(15알)을 드신다.
소위 ‘어른이 유치원’이라 불리는 주간보호센타에 8시30분 출발하기까지 약1시간30분 동안 잠시도 가만이 있지를 않는다.
TV를 켜드리고 보시라고 하면, TV에는 관심이 없고 양치질, 머리감기, 속옷빨기를 3번 정도 반복한다. 한번은 수돗물 소리가 나서 가보니 털니를 또 닦고 계신다.
“어머니, 조금 전에 닦았습니다”라고 하면, “내가 언제 닦았노”라고 하시며 자신을 무시한다고 역정을 낸다.
어머니는 지난해 4월 저혈당 쇼크가 와서 병원에서 위험한 고비를 넘기면서 섬망과 함께 알츠하이머 치매가 생겼다.
당시에는 다른 신체 조건도 아주 나빠 요양등급 3급을 받았는데, 그 후 매일 주간보호센타에 다니면서 육신적 상태는 조금씩 좋아졌는데 치매는 조금씩 더 진행되는 것 같다.
당뇨.심혈관.치매 3가지 약을 드시는데, 특히 치매는 자신의 자아을 뺏어가는 질병이라 심해지면 가족이 돌보기가 매우 힘든 질병이다.
“긴병에 효자 없다”는 말은 장기요양이 필요한 이러한 질병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어머니는 단기기억은 못하고 장기기억만 하시기 때문에, 아무리 말해도 말할 때만 알았다는 듯 표현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금방 잊어버린다. 역으로 본인의 주장이 계속되면 굽히지 않기 때문에 일단 공감하고 나면 넘어가고 또 잠시 후면 잊어버린다.
특히, 어린 시절 일들은 잘 기억하신다. 창가의 불빛을 북두칠성이라고 표현하듯, 2층에 어머니와 동갑 어르신을 가끔 어릴 때 동네 친구로 생각하고 말한다.
아직은 관찰하면서 대화는 되기 때문에 함께 사는 것은 큰 문제가 없다.
다만, 자식들도 바쁘게 살아가는데 아침 8시30분에 주간보호센타 차가 오면 보내드리고, 저녁6시15분경 귀가하면 마중나가야 되니, 매일 시간에 얽매여 구속되는 것이 힘든 일이다.
이상은 치매환자 어머니를 모시고 있는 어느 가정의 이야기다.
“노년의 삶은 치매가 좌우한다”라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도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65세 이상 노인 인구수 950만명에 추정 치매환자는 98만, 추정치매율이 10.4%, 2021. 12. 31기준 1인당 연간 치매관리비용은 2,112만원이라고 한다.
‘중앙치매센타 연차보고서 2023’에 의하면, 성별 구성비율이 남자40.6%, 여자59.4%, 연령별 구성 비율은60~64세(2.5%), 65~69세(4.5%), 70~74세(8.5%), 75~79세(19.5%), 80~84세(27.1%), 85세이상(38%)로 75세 이상 치매환자 비율이 84.6%를 차지한다.
중증도별 구성비율은 최경도17.4%, 경도41.%, 중등도25.7%, 중증15.5%이며 중등도 이상 비율이 41.2%를 차지한다.
치매는 영어로 Dementia인데, 라틴어의 “정신이 없어진 것”이란 의미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따라서 치매의 정의는 “정상적으로 생활해 오던 사람이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뇌기능이 손상되면서 이전에 비해 인지 기능이 지속적이고 전반적으로 저하되어 일상생활에 상당한 지장이 나타나고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인지기능이란 기억력, 언어 능력, 시공간 파악 능력, 판단력 및 추상적 사고력 등 다양한 지적 능력을 가르키는데 특정 뇌부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따라서 치매는 어떤 하나의 질병명이 아니라, 여러 증상들의 묶음이고 뇌를 통해 발생한다고 할 수 있다.
65세 이상 추정 치매환자 추이는 2024년에 우리나라 치매인구 100만 시대에 돌입하고, 2030년 136 만, 2040년 217만, 2050년 302만명으로 2024년 10%에서 2050년에는 16%로 올라가게 되어 우리나라도 ’치매 재앙‘이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중앙치매센타의 대한민국 치매현황 2022‘ 보고서에 따르면, 국가의 치매관리 비용은 2020년 17조, 2030년 37조, 2050년 120조로 추정하고 있어 급격한 증가를 예측하고 있다.
2021년 기준 치매환자 1인당 관리비용은 2,112만원으로 당시 연간평균 가구소득의 49.5%를 차지했다.
이를 세분해 보면, 직접의료비(국민건강보험급여, 환자본인부담금, 환자본인부담약제비) 53.3%,직접비의료비(간병비,교통비,보조물품구입비) 32.7%, 노인장기요양비(노인장기요양급여-시설 및 재가) 13%, 간접비(치매로 인해 환자에게 발생하는 손실비용) 1% 등으로 국가보조 외에 가족부담도 만만치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환자의 치매종류는 알츠하이머병(노인성치매)70.5%, 혈관성치매 16.9%, 전두측두엽치매1%, 루이소체치매.파킨슨병치매 3.4%, 기타 치매 8.4%라고 한다.
치매는 ’내‘ 잘못이 아니라, ’뇌‘ 잘못이라는 말이 있다. 치매는 초고령사회로 가면서 피할 수 없는 질병이다. 하지만 적절한 진단와 치료를 통해 악화를 막을 수 있고, 호전도 가능하다고 한다.
좋은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지만, 질병은 사전 예방활동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자신에게 맞는 음식, 운동, 생활습관을 개발해 나가야 할 것이다.
치매가 정신이 없어지는 상태‘라면 어쩌면 살아 있는 것이지, 살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젊어서 열심히 살아온 노년의 치매 환자가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권리도 국가가 끝까지 잘 보장해 주어야 한다.
창가의 빛을 북두칠성으로 인식하니 아직 치매 초기가 아닌가 하여 그나마 다행으로 생각한다. 어르신 치매 환자들을 볼 때면 ”언젠가 나에게도 닥친다면 어떻게 해야 하지“ 라는 염려를 해 보았을 것이다.
베이비붐 세대를 '마처 세대'라고 한다.
'마처 세대'란 부모를 부양하는 마지막 세대이면서 자녀에게 부양받지 못하는 처음 세대를 일컫는 말이다. 아래 위 세대를 다 부양하지만 정작 자식들한테 노후 봉양을 기대하기는 힘들어 3명 중 1명은 고독사를 걱정하기도 한다. 밝은 미래를 위해 위해 치매 재앙을 잘 대처할 수 있는 국가적 시스템이 속히 마련되길 기대해 본다.
강원종합뉴스 총괄취재국 김우환 논설위원 <저작권자 ⓒ 강원종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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